작성일 : 12-03-16 18:21
오늘을 사는 모호함의 실체는-바로 역사 (세계일보 201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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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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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사회에 질문 던지기… 신재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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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호주 멜버른에서 귀국해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는 신재돈(53) 작가에게 국내 상황은 회색빛 풍경이다. 모호함의 색채다.
“때때로 내가 현실 속에서 정말 존재하고 있는가 의심이 들 정도다. 내가 읽고 보고 있는 이 사물들, 경치들, 그리고 매일처럼 터지는 사건들이 진짜일까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한국에 와서 작업하고 있는 두어 달 동안 거의 집 안에만 있어도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일이 벌어지고 터지고, 허무맹랑한 결론으로 끝나고 하는 일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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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IFRAME style="WIDTH: 270px; HEIGHT: 48px" noResize marginHeight=0 src="http://p.lumieyes.com/frm2.asp?domain=news.segye.com&url=http://p.lumieyes.com/frm2.asp?domain=news.segye.com&url=http://www.segye.com/Articles/RedirectArticleView.asp?aid=<%=request(aid)%>&cid=<%=request(cid)%>" frameBorder=0 marginWidth=0 scrolling=no align=left></IFRAME> | 그는 이 같은 모호함을 위기에 처한 인물들에서 드러내고 있다. 그림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환자, 탈북자, 한파 속 행인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다. 때론 ‘나꼼수’에 등장하는 인물도 있다.
“북쪽의 김정일이 죽고 눈 내리는 평양 거리에서 북한 사람들이 울부짖었다. 추운 겨울 아침엔 정봉주라는 사람이 구속되고 겨울 날씨에 아랑곳없이 비키니 입은 여자들 사진이 떴다.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들은 강제로 되돌려보내지려고 한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은 이름을 모두 바꾸어 달았다. 참으로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매일같이 새로운 날이 오고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작가는 이 세상 자체가 모호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통찰의 출발로 보고 있다. 견고한 명확성을 부르짖는 몸짓들의 허구를 넌즈시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시각적 모호함으로 칼선 대립과 갈등의 전선을 무력화시키려는 듯하다.
“어제의 담론이 일주일 후면 낡은 담론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실재하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이것들을 아는 것일까. 정보는 전파를 떠다니다 TV화면을 통해 운좋게 나의 뇌파에 와닿거나, 인터넷의 가상광고 속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떠돌아다닌다. 어떤 알 수 없는 공간 속에서 탄생되고 어둠 속을 부유하다 마침내 어디론지 사라지는 알 수 없는 말들, 사물들, 사건들. 이것들은 내가 만질 수 없는, 실제라고 믿기 너무나 어려운, 15인치 랩톱 사각형 화면 속에 모조리 살고 있다.”
작가의 천착은 종국엔 역사에 머문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단지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이 2012년을 걸어가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실체로서 인간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무엇인가. 역사 속에서 인간들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 이 역사 속에서 우리는 아직 진실을 알 수 없다. 지금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짜일 수 있다.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는 진실을 품고 있다. 그래서 역사는 위대하다. 나의 작업은 바로 이 무력한 존재로서의 역사적 인간들, 사람들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여정 속에서 세상의 깊이를 가늠하고 싶다.”
그는 설령 모호하다 할지라도 의심하고 질문하기를 멈추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예술이고 그의 작업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을 심플하고 직선적으로 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을 알기에 그렇다. 얼치기 미학, 심미주의로 시간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 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형과 색의 과감한 구사로 이 시대를 담아내려는 모습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20일까지 갤러리 고도. (02)720-2223
편완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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