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3-08 19:13
개인전 '사람 그리기' (2013.3.13-3.19) - 본 전시를 기획하며 (갤러리 고도 김순협 대표)
|
|
글쓴이 :
관리자
|
본 전시를 기획하며
화가 신재돈을 대면하면 독일 낭만주의 작가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lich)의 작품“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에 그려진,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산 정상에서 조각난 바위에 발을 딛고 끝없이 펼쳐지는 안개 속에 시선을 두고
홀로 서 있는 중년신사가 생각난다.
그러나 신재돈의 시선은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대면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정치인, 평양의 군인들과 탈북자들, 기억들,
요양원 사람들, 전쟁의 포로들, 거리에서 만난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 멜버른 사람들과 한국인 그리고 최근 그가 거주했던 미국의
뉴욕커들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고 기록한다. 모호한 사건들 때로는 덮어버리고 싶은 이야기들, 가식과 부조리와 상처, 삶의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려질 대상이 결정되면 빠르고 굵은 선으로 종이 위든 캔버스 천이든 상관없이 형태를 잡아나간다. 타고난 소묘력이 이 작가의 남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이 대상은 채색을 통해 생기가 부여된다. 빠르게 칠해지는 거친 원색은 화면위에서 색채간의 겹침과 섞임과 뿌려짐과
흘림을 동반하고 이것은 대상의 재현 자체를 넘어 보이지 않는 부분인 본질까지 보일 수 있게끔 만든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휑한 눈동자,
고깃덩어리처럼 허물어진 근육을 통해 감정은 더욱 증폭되고 비물질화 또는 추상성을 획득한다.
심미주의 미술이 누리는 안락과 중독성 있는 달콤함, 헤픈 웃음을 굳이 외면하고,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사회에 대한 관심,
의도적으로 혹은 무관심으로 진행되는 부조리에 대해 경각심을 깨운다.
우리 미술계를 풍요롭게 할 또 하나의 시도가 신재돈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갤러리고도 김순협
|
|
|
|
|
|